"3D프린터로 의수 제작이 가능할까요?"
2015년 1월 한 3D프린팅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올해 서른다섯 살인데 일하던 중 사고로 양쪽 손목이 절단됐어요. 의수가 필요한데 한쪽에 4000만 원씩 하는 전자의수는 너무 비싸서요.'
가격 때문에 의수를 포기하려던 그는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글을 남겼다. 이 사연을 우연히 접한 이상호 만드로 대표는 곧바로 전자의수 제작에 나섰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책임연구원이었던 그는 취미로 즐기던 3D프린팅 기술을 바탕으로 2014년 관련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한 상태였다.
"처음엔 한 달만 재능기부를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전자의수를 쓰고 싶어도 비용 때문에 포기하는 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때부터 사업 방향을 손가락, 손, 팔을 잃은 분들을 위한 전자의수 제작으로 완전히 바꿨습니다."
겉모습만 손처럼 구현한 미관용 의수와 달리 전자의수는 모터와 센서가 장착돼 물건을 집는 기본 동작은 물론 운전, 악기 연주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개인 맞춤 제작이 필요한 특성상 높은 가격이 큰 장벽이었다.
이 대표는 "합리적인 가격에 전자의수를 공급할 수 있다면 기능성 의수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최소한 가정 안에서라도 절단장애인이 일상의 자립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3D프린팅을 활용하고 모터·센서·배터리 등 핵심 부품을 직접 개발·생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전자의수 가격을 기존의 2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면서도 기술 경쟁력 확보에 성공했다.
만드로의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 손가락 내부에 모터와 감속기, 컨트롤러를 모두 내장한 초소형 로봇 손가락 의수로 '노인 및 접근성' 분야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어 'CES 2026'에서는 굽힘(코킹)과 반동(스냅) 기능을 탑재한 손목형 전자의수로 '접근성과 지속가능성'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이 같은 기술력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사람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모방해야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손'은 가장 어려운 부위로 꼽힌다. 만드로의 로봇손은 사람과 유사한 크기, 무게, 높은 내구성을 갖춰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연구기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이탈리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사 오버소닉 로보틱스와 산업용 로봇손 개발·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협력 범위를 확대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한 사람을 위한 손'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산업과 연결되는 손'도 만들고 있다"며 "다만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손을 만든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연한 계기로 사업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다.
나와 같은 나이에 양손을 잃은 사연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쉽지 않은 주제였지만 내가 가진 3D프린팅 기술로 전자의수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도전했고 한 달 만에 완성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절단장애인은 한 사람이 아니었고 많은 이가 비용 문제로 의수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순한 재능기부만으로는 해결에 한계가 있었고 제작하더라도 사용성과 유지·보수 문제로 오래 쓰기 어려웠다. 이 일을 일회성으로 끝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필요한 만큼 지속 가능한 구조가 있어야 했고 결국 사업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존의 일을 내려놓고 전자의수 개발에 집중했다.
가장 먼저 해결하고자 했던 과제는 무엇이었나?
가격이다. 당시 해외 기업의 로봇 의수는 한쪽당 약 4000만 원 수준이었고 사용 기간도 5년 남짓에 불과했다. 양쪽을 착용하면 5년에 8000만 원이 드는 셈이다.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래서 목표를 명확히 세웠다. '자동차 한 대 값에 달하는 의수를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수준의 가격으로 낮추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핵심 부품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개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센서와 모터, 배터리, 전자회로는 물론 착용 구조까지 전 과정을 자체 기술로 구현했다.
현재 제품 가격은 200만~400만 원대로 기존 제품 대비 약 20분의 1 수준이다.
3D프린팅 기술도 비용 절감에 기여했나?
물론이다. 팔 한쪽에만 70~80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기존에는 이를 모두 금형으로 제작해야 했다. 개인마다 절단 부위와 형태가 달라 설계와 제작 비용이 크게 들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을 3D프린팅으로 대체했다. 설계 도면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입력하면 곧바로 부품을 생산할 수 있어 맞춤 제작의 속도와 효율을 크게 높였다.
사용자마다 절단 부위나 형태가 다른데 설계에는 어떻게 반영되나?
상지절단장애는 손가락부터 어깨까지 발생 부위와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절단 위치에 따라 필요한 기능과 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에 전자의수는 개인별로 다르게 제작될 수밖에 없다. 다만 완전히 일대일 맞춤 제작은 비용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기본 구조는 표준화하고 길이와 구성만 조정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제작 과정에서는 남아있는 팔을 3D 스캔해 형태를 분석하고 반대쪽 팔과 비교해 길이와 비율을 맞춘다.
전자의수는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손가락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동작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일상생활은 물론 취미·여가 활동까지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운전 직종의 경우 손 모양을 고정해 버튼을 누르거나 기기를 조작할 수 있고 기타 연주나 당구, 골프 같은 취미 활동에서도 보조 수단으로 활용된다. 자전거처럼 하중을 지지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도움이 된다. 이처럼 복잡한 작업뿐 아니라 일상적인 동작을 더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동작을 가능하게 하는 원리는?
근전도 센서는 근육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읽어 손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장치다. 절단 부위 위쪽에 근전도 센서를 부착한 뒤 팔 근육에 힘을 주면 신호를 감지해 '쥔다', '편다'와 같은 동작으로 변환한다. 보통 두 개의 센서를 활용해 서로 다른 신호를 구분하는데 이는 마우스의 왼쪽·오른쪽 클릭처럼 각각 다른 동작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얻은 신호를 바탕으로 개인에 맞게 소프트웨어를 조정하고 훈련하면 원하는 동작을 더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사용자의 의도를 얼마나 정확하게 읽어내느냐에 있다.
CES에서 두 차례나 상을 받았다.
국내 상지절단장애인은 많게 잡아도 약 15만 명 수준이다. 시장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이런 기술이 널리 알려지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CES와 같은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회사 인지도는 물론 전자의수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 이는 더 많은 사용자에게 제품을 알리고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의수와 로봇은 서로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사람 손처럼 움직이는 기술'이라는 동일한 문제를 다룬다. 의수는 사람에 맞춘 정밀한 제어가 중요하고 로봇은 다양한 환경에서의 자유로운 동작이 중요하지만 결국 양쪽 모두 손의 움직임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맞닿아있다. 이 때문에 우리가 개발한 손 기술은 의수와 로봇 양쪽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실제로 해외 로봇 기업들과 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오버소닉 로보틱스와 MOU 체결 이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로봇에 손을 직접 장착해 구동 테스트까지 완료했다. 현재 해당 로봇손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고 다양한 응용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르면 올가을 산업·의료 현장 적용을 목표로 양산도 논의 중이다.
이 같은 협업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기술 공급을 넘어 '사람을 위한 손' 기술이 산업용 로봇으로 확장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글로벌 기업이 해당 기술을 실제로 채택했다는 점에서 기술 경쟁력도 입증된 셈이다. 결국 의수와 로봇은 분리된 시장이 아니라 같은 기술 기반 위에 있으며 한쪽의 발전이 다른 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이 기술을 의수에 한정하지 않고 로봇과 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 누구에게나 필요한 '손'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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