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새내기 A씨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집 근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너무 힘들어 3주 만에 그만뒀는데 며칠을 기다려도 통장으로 급여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달을 채우지 못하면 급여를 받을 수 없는 건지, 주휴수당은 받을 수 있는지 궁금했지만 인터넷에서는 제각각 답변만 눈에 띄었다. 노무사 상담은 비용이 걱정돼 엄두도 낼 수 없었다.
A씨처럼 믿을 만한 노동법 상담을 찾는 이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 인터넷만 사용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상담이 가능하다. 바로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AI(인공지능) 노동법 상담' 서비스다. 임금, 근로시간, 퇴직금, 실업급여 등과 관련한 상담을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시행 첫해인 2025년 한 해 동안 총 11만 7000건의 상담을 처리했다.
AI 노동법 상담 서비스가 A씨의 궁금증을 얼마나 해결해줄 수 있을까. A씨 사례를 바탕으로 AI 노동법 상담 누리집(ai.moel.go.kr)에서 직접 상담을 받아봤다.
비슷한 사례에 대한 노동부 해석도 확인
누리집에 접속하자 화면에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1일 소정근로시간 계산법을 알려주세요', '임금체불을 당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등 다양한 질문 예시가 번갈아 나타났다. 덕분에 어떤 식으로 질문하면 좋을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AI 상담하기' 버튼을 누르자 'AI 노동법 상담 도우미'가 궁금한 내용을 자유롭게 질문하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A씨의 상황을 설명한 뒤 지금까지 일한 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3초 만에 답이 돌아왔다. 결론은 A씨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중도퇴사 시 퇴사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급여를 받을 수 있고 사업주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임금체불에 해당할 수 있다는 설명도 함께 제시됐다.
A씨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짚어주는 답변이었다. 답변에는 '법', '질' 등의 글자가 표시된 네모 박스가 함께 나타났다. 이를 누르면 해당 답변에 대한 법령, 비슷한 사례에 대한 노동부의 질의해석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답변을 확인한 뒤 '한 달 만근을 하지 못했는데 이 경우에도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는지' 추가로 질문했다. 그러자 주휴수당 지급 요건에 대한 설명과 함께 A씨 사례에 대한 해석이 이어졌다. A씨는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고 약속한 근무일을 모두 개근했으며 입사 후 7일 이상 근무했기 때문에 한 달 근무 여부와 관계없이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주 중간에 입사하거나 퇴사한 주의 경우 1주간의 근로계약이 유지되지 않아 주휴수당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의사항도 덧붙였다. 입사일과 퇴사일, 그리고 각 주의 출근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월요일부터 근무를 시작해 금요일까지만 일하고 퇴사했다'는 내용을 추가로 입력하자 마지막 주에는 일요일까지 근로계약이 지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휴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답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전체 3주 가운데 2주에 대해서만 주휴수당이 인정된다는 설명이었다.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시급을 계산한다는 가정 아래 받을 수 있는 주휴수당이 얼마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AI는 계산식을 제시하며 풀이를 이어갔다. 실제로 지급받은 수당이 이보다 적을 경우 대응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다만 챗GPT 등 기존 AI 서비스처럼 질문과 답변 내용을 파일로 정리해주는 기능은 없기 때문에 직접 복사해서 내용을 저장해야 했다.
야간·주말 이용 37.7%… 외국어 서비스도
노동부에 따르면 AI 노동법 상담 서비스 이용 가운데 야간·주말 이용 비중은 37.7%를 차지한다. 고용센터 방문이나 전화상담이 어려운 시간대에 활용된 경우가 많았다는 의미다. 전체 이용 건수의 3분의 1은 AI 상담이 아니었다면 즉시 답변을 받기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크게 줄였다. 기존 검색 포털 등을 이용할 때보다 정보 탐색 시간이 87.5% 단축됐다. 답변 역시 현직 노무사 173명이 학습 데이터를 정밀하게 다듬어 제공하는 것으로 상담 품질의 신뢰도를 높였다.
AI 노동법 상담 창구는 외국인에게도 열려있다. 전체 질의 가운데 외국어 이용 비중은 6.8%였다. 러시아어(3.2%), 미얀마어(1.3%), 우즈베크어(0.5%) 순으로 이용이 많았다. 언어장벽 때문에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근로자에게 AI가 실시간 통번역가이자 법률 조력자 역할을 한 셈이다.
노동부는 앞으로 AI 노동법 상담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근로계약서 등 인사·노무 서류를 분석해 문제가 있을 경우 바로 사건을 접수할 수 있도록 노동포털 시스템과 연계할 방침이다. 상담 범위도 직장 내 괴롭힘, 산업재해 보상 절차, 고용허가제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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